앞서 말했듯 나는 유통업이라는 업태에서 MD라는 직무를 하며 일하고 있다. 이 중 내가 맡고 있는 상품군(카테고리)은 바로 '패션'이다.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물론 다양하지만, 가장 쉽지 않은 건 시간을 넘나들며 살아야 한다는 것.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하나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과거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이다. 'AI, 빅데이터, 코딩...' 누군가 최근 산업을 꿰뚫고 있는 키워드를 말해보라 했을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분야를 막론하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패션 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즌에는 무슨 상품이 잘 팔렸을까', '이 브랜드의 최근 몇 년 실적 추이는 어땠나', '5년 전에는? 10년 전에는?'과 같은 단순 실적 데이터 분석은 물론이고, '우리 고객은 어떤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갖고 있을까?', '어떤 루트를 통해 유입되어 이 상품을 구입했지?'와 같은 고객(행동) 데이터까지. 경제, 정치 분야에서도 역사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듯, 패션 역시 마찬가지이다.
2) 현재
지금 고객은 어떤 구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판매 실적은 어떤지에 따라 상황에 맞는 프로모션(마케팅)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패션상품은 '시즌(또는 매기라고도 한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을 갖고 어떤 전략과 전술을 이용하여 상품을 판매하는가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3) 미래
지금은 초가을을 지나 찬바람이 슬슬 불어오기 시작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쯤에서 겨울 상품을 파는 게 얼마나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고?'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지금은 내년 봄/여름 상품을 기획하기에 바쁠 시기이다. 지금 한창 판매되고 있는 겨울 상품 역시 올 봄/여름에 기획하여 생산을 시작한 상품이다. 계절이라는 게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취향과 생각, 감정에까지 영향을 주는데 MD는 정 반대의 계절을 생각하며 여름엔 겨울의 눈으로, 겨울엔 여름의 눈으로 상품을 바라보며 이에 몰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년엔 어떤 트렌드가 찾아올 지, 이에 따라 잘 팔릴 복종과 디자인은 어떤 것일지, 얼마의 재고를 준비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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