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MD의 뜻이 뭔지 알아?"
이 질문은 신입사원 때 내가 최소 다섯 번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지하게 'Merchandiser'라고 대답하든 혹은 이미 몇 번 비슷한 질문을 받은 때라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뜻인가요?'라고 능청 맞게 대답하든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뭐(M)든지 다(D)한다고 해서 MD인거야, MD. 하하하하."
이제는 식상해져 최소 차장님급 이상 되어야 구사할 수 있는 유-우머가 되었지만 사실 본질적인 의미는 아직도 유효한 고급 유-우머이다. 무슨 말인가하면 그만큼 MD는 발을 걸치고 있는 영역이 너무나도 많다. 기획과 소싱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물류, 품질(QC), 마케팅, 회계, 재고관리 등... 이처럼 비영업부서의 업무가 아니고서야 무관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MD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기획능력? 상품을 보는 눈? 결코 중요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것만으로는 좋은 MD가 될 수 없다. 바로 '관계를 맺는 것'.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를 할 때는 정해진 규정과 프로세스가 있다. 하지만 완벽한 규정과 프로세스는 거의 없을 뿐더러 늘 예외는 존재하기 때문에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는 내부 업무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거래처와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찌 철저한 경제논리만으로 숫자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랴. 때로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숫자만 놓고 따져보면 더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성사되는 거래가 있기 마련.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해를 해선 안된다. 아부와 아첨으로, 흔히 말하는 줄서기와 내부정치를 잘 하자는 뜻은 아니다. 항상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호의적이긴 어렵겠지만 긍정적이고 밝은 언어를 사용하고 늘 누군가에게 내어줄 한 구석을 갖고 있는 관용의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내면을 잘 가꾸는 것도 필수적인 일.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쳐있다면 부정적인 기운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도 망가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 한것은 물론 사소한 판단력도 흐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력과 협상력은 둘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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