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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창업가_IT

사업기획이란 무엇인가?

by Rulemakers 2022. 9. 22.

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업가 두 분과 사업기획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20대 젊은 시기에 회사를 함께 창업하시고 카카오 엑싯 이후 카카오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해오셨던 분들이고, 엑싯 이후에도 몇 차례의 연쇄 창업을 통해 사업가, 초기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해오시는 분들이 얘기해준 '사업기획'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이야기였다.

 

2019년 9월 4일, 벌써 3년보다 더 오래된 글에서 나는 사업기획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나는 부끄럽게도 스스로 사업개발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이직 후 새로운 분야에서 보낸 1달 여, 나는 스타트업에서 IT 영역에서의 사업개발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대답은 효율적이지만 얕고, 나를 소개하는 듯하지만 나의 일을 충분히 담을 수 없다.
...
자신의 실수와 부족을 인정하는 이유는 자책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불편한 감정을 한켠에 두고 거북한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에는 항상 크나큰 기회비용이 따른다.

- "저는 사업개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 발췌 - https://www.rulemakers.com/6

 

당시의 나는 이제 막 스타트업에 발을 디딘, 완전히 초보 사업개발자. 롤은 business developer 였지만 정작 사업기획, 사업개발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키는 일들과,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일들을 열심히 펼치며 일했다.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내가 가장 잘한 점을 꼽으라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 것, 그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업개발, 또는 사업기획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고 있는가?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가?

나는 이전의 다른 글에서 사업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발견한 문제를 사업적 자원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러한 정의에 따라 1년 6개월 간 사업을 통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했다. 그러나 돈을 벌진 못했다. 가치를 말하고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자연히 투자를 받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도 작은 시장 내에서 공고한 역할과 함께, 남들은 쉽게 모으지 못하는 데이터를 모으기만 하면 엑싯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 시대의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떠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돈을 지출하고 있는지 봐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돈을 지출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제공하는 각각의 단계들, 다시 말해 밸류체인을 봐야한다. 어떠한 단계를 거쳐 제품이, 서비스가 생산되는가? 어떠한 루트를 통해 제품이, 서비스가 제공되는가? 고객들은 그 제품, 서비스를 언제 누구와 무엇을 위해 돈을 주고 사용하는가? 이러한 생산-소비의 가치 사슬을 단계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단계들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멋지게 표현하자면 어떻게 그 고리를 디커플링 decoupling 할 수 있는가. 좀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어떻게 그 고리를, 그 고리를 구성하는 기성의 생산/유통자를 박살내고 그 자리를 내가 대체할 수 있는가가 올바른 사업기획의 접근이다.

 

어떻게 그 고리를, 그 고리를 구성하는 기성의 생산/유통자를 박살내고 그 자리를 내가 대체할 수 있는가가 올바른 사업기획의 접근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고객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 소비하는 그 물건, 서비스보다 더 나은 서비스가 있어요."

"지금 소비했던 그 곳보다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에 갈등이 인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멋진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나였기 때문에, 선배 사업가들이 말하는 '기존 체인을 대체하는 사업'은 그냥 쿨 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사업은 쿨하고 웜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멋진 것은 지속하는 것이다. 사업은 돈을 벌어야 지속 가능하다. 지속 가능해야 '추구하는 가치'고 '세상의 변화'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년 6개월 간의 사업에서 "그래서 지금은?" 이라는 물음에 "망했어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1년 후에도 동일한 대답을 할 것인가?

다음 사업 이후에도 동일한 대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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